글/삼국지전략판 2차 창작

라이트 노벨. 쟁 2-신념이 무너진 세상에서

가쓰 2022. 3.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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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재미를 위해 실제 사건을 다수 변형했습니다.
1편에 비해 장난기를 많이 빼서 지루할 수 있겠습니다.
쓰다보니 분량이 좀 많아졌습니다. 망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상황묘사(예를 들면 전쟁상황 같은)가 약하다는 걸 이번 작업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숙제가 하나 생겼네요.


*프리뷰

비 처럼 쏟아지는 화살이 방패에 튕기며 내는 굉음. 창에 심장이 찔려 고통스러워 하는 말들의 비명소리. 그 아수라장의 한 가운데서 앳된 얼굴의 사내는 무릎을 꿇고 절규한다.

“이건 아닙니다…. 답이 될 수 없소. 나는 내 신념을 지키겠습니다….”

가슴이 화살에 꿰뚫린 소녀를 품에 안고 그 사내는 울부짖고 있다.

“이게 정의입니까? 당신이 말한 낙원은 이런 거냐고!”


***


값비싼 양탄자 위에 황금을 칠한 탁자. 은으로 된 접시들은 촛불에 반사된 빛으로 반짝인다. 고스트라이더는 큼지막한 닭의 다리를 주욱 뜯어 한입 베어물고는 좌우로 눈알을 굴리더니 기름이 흐르는 손가락으로 과일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상서령, 안에 계시오?”

“이 야심한 시각에 대체 뉘시오?”

“늦은 밤 기별도 없이 죄송합니다. 나 대홍려요. 군주 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

문 밖에는 대막리지가 호리호리하지만 다부진 어깨를 펴고 서서 공손하지만 단호한 어투로 답했다. 대홍려 대막리지. 천재적인 외교술로 이미 7살 때 자신의 집 뒷동산의 돌 하나와 옆집 앞마당을 바꾸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고스트라이더는 불쾌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자신의 두루마기에 기름 묻은 손을 아무렇게나 닦았다. 그리고는 은수저에 얼굴을 비추어 싱긋 웃는 표정을 지었다. 눈꺼풀이 불편하게 떨렸다.

“아, 들어오시오! 어서 들어오시오~ 우리 대홍려께서 기다리실 순 없지!”

대막리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고스트라이더는 인사를 하며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탁자에 뱃살이 걸려 닭고기를 담은 접시가 땅으로 떨어졌다. 접시는 이내 와장창 깨어져 양탄자에 닭요리 육수가 베어들고 있었다(*은접시라 안 깨지고 찌그러질 것 같지만 그냥 그렇다 치겠습니다).

“아이고~ 괜찮소 괜찮소 저거 접시 얼마 안해~”

고스트라이더는 떨어진 닭고기를 냉큼 손으로 집어 탁자 위에 툭 던져놓고 깨진 접시를 발로 툭툭 차서 옆으로 치웠다.

“3초 안에 집으면 알죠? 이거 국룰이야. 어서 앉으시오.”

고스트라이더가 의자를 쑥 빼주며 말했다. 그의 손이 닿았던 의자 등걸이에 묻은 기름이 신경쓰였지만 대막리지는 내색하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된 콧수염을 쓰다듬고 앉으며 ‘이새끼는 한 호흡에 반말을 몇번 하는거야?’ 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고스트라이더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야 감녕! 술잔 가져와! 아니다, 이걸로 해야지.” 라더니 감녕 허리춤의 방울을 툭 떼어냈다. 감녕은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허사였다.

“손날 당수!”

오타쿠 같이 기술명을 외치며 방울을 반으로 쪼개어 하나는 자신 앞에, 하나는 대막리지 앞으로 내밀었다.

“알죠? 의리주야~(찡긋)”

‘이 새끼 또 반말이네….’

대막리지는 방울 잔에 번들거리는 기름을 보며 짜증이 치밀었지만 자신이 온 목적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 상서령. 내가 요즘 감기 기운이 있어 술은 마시지 못할 듯합니다. 미안하게 됐소이다.”

그는 잠시 자세를 고쳐 앉고 말을 이어갔다.

“말씀드렸다시피 이렇게 찾아 온 이유는 군주 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이오. 일전에 군주 님께서 명하신 것 말이오.”

“아아… 그 역사서 편찬을 명하셨던…”

“맞소이다. 잘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지난번에 완성하신 [포판진의 개목걸이] 는 군주께서 보시고 크게 노하셨소. 이게 무슨 역사서냐며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불온서적으로 지정하셨소이다.”

“[포판진의 방울소리]요… 그리고 서방세계의 ‘에드워드 카’ 라는 사관은 이런 말을 했잖소…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 난 그것에 따른 것이오…”

“근데 이건 너무 혼자만의 대화 아니오?”

고스트라이더는 히죽거리며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말했다.

“창작의 고통은 예술가를 흥분케 하는 법이라오. 뭐, 이유야 어찌 되었든간에 날 찾는 건 우리 군주 님 밖에 없구만. 내가 요즘 하북에서 이곳 관중으로 거처를 옮기지 않았소. 무리해서 이삿짐을 꾸렸더니 몸이 좀 좋지 않아서… 허허… 대홍려는 이만 가보시는 게….”

대막리지가 고스트라이더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군주 님은 그리 말씀하셨지만 옆에 계시던 교주 장군께서는 강한에서 지속되고 있는 전선에 오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회의까지 불참하는 것은 할 도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덧붙이셨습니다.”

“음…? 대장군께서요…?”

대장군 교주. 그는 비록 패배한 전보 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으나 항상 전쟁의 선봉에 서서 탁월한 지휘술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사람이었다. 고스트라이더는 ‘딸랑’ 소리를 내며 술잔을 내려놓고 양 손을 마주 잡고 말했다.

“하하… 대장군께서는 전쟁 지휘에 바쁘실 텐데 어찌 저에게까지 신경을 다….”

대막리지가 그의 말을 자르고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그러니까 문제 아닙니까, 대장군께서도 신경쓰일 정도이니. 어쨌든 군주 님의 말은 전했고….”

그는 갑자기 소매 안으로 손을 넣어 무엇인가를 찾으려했다.

“갑자기 또 왜요….”

“군 장로 님이 상서령께 선물을 좀 전해달라 하시어… 아 여깄군.”

그는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고스트라이더는 갑자기 몸을 베베 꼬며

“아 또 뭔데 이게 흐흐흐…”

대막리지는 의자에서 일어나 근엄하게 말했다.

“장로 님의 선물입니다. 예를 갖추어 받으시오.”

고스트라이더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절을 하며,

“예예 그럼요~ 얼른 주시지요~” 라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달칵’ 상자여는 소리가 들리고 대막리지가 조용히 말했다.

“자, 고개를 들고 받으시오.”

살짝 고개를 든 고스트라이더의 얼굴에 별안간 대막리지가 싸대기를 갈겼다.

‘쫙!’

“어이구, 아이고 아파라! 아니 대홍려, 내게 왜 이러는 것이오! 이건 너무 아프잖아!”

“장로께서 싸대기를 선물하라 하셨소이다. 그리고 반말하지마라 이 새끼야.”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닭 육수가 베어 질척거리는 양탄자를 데구르르 구르는 고스트라이더를 한심한 눈으로 보던 대막리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아, 그리고 이 한마디를 덧붙이셨소.”

“그게 무엇입니까요…?”

“야, 일 안 하냐?”


***


앳된 얼굴의 사내가 그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성 안을 거닐고 있다. 아직 수염이 다 자라지 않은 맨들맨들한 얼굴이지만 가볍게 쥐고 있는 주먹엔 굳은 살이 가득하다.

“영주님 오셨습니까!”

활짝 웃으며 그를 반기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서스럼 없이 그의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아이들. 영주 제갈령은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 모두 눈을 맞추어 인사를 받아줬다.

“형! 나 언제 또 말 태워줘!?”

“야 이 썩을 놈의 새끼야, 영주 님한테 형이 뭐야 이 새끼야! 아이고 영주 님 죄송합니다요, 죄송합니다요.”

“하하, 아닙니다! 저 형 맞잖아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제갈령은 말한다. 그는 자신의 백성들을 사랑했다. 아니 모든 백성들을 사랑했다. 그는 무예 또한 출중하나, 백성들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농사법에도 관심이 특히 많았다.

“요즘은 식량이 부족한 일은 없지요?”

“아 그럼요! 영주 님께서 이무작인가 그거를 알려주셔가지고 일년에 농작물이 두 번씩 나옵니다요!

“이모작입니다. 어쨌든 정말 잘 됐네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수파는 이따 관청으로 보내주세요. 오랜만에 말 좀 태워줘야겠네요.”

제갈령은 수파를 참 귀여워했다. 자신을 어려워하지 않고 ‘형, 형.’ 거리면서 목에 메달리는 그 아이를 정말 동생 처럼 챙겼다.

“형! 나느은~ 다음에~ 커서어~ 형 처럼 될 거야! 형으은~ 칼싸움도 잘 하고오~ 말도 잘 타고오~” 딱히 대꾸하지 않아도 제갈령의 바지춤을 붙잡고 빙빙 돌며 재잘거리는 그 아이를 보면서 그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훠훠~ 역시, 사람이 먼저다. 아이들이 미래다! 백성들을 굶기지 말아야 한다.’

“수파, 난 아직 많이 부족해. 하지만 너를 위해 더 멋진 영주가 되어줄게! 자, 이제 집에 가자. 엄마가 너 엄청 기다리고 계실거야.”

제갈령은 집에가기 싫어 바닥에 누워버리는 수파의 멱살을 움켜잡아 말 안장에 올렸다.

“자~ 드가자~”

“영주님!”

저 멀리서 한 병사가 제갈령에게 급히 뛰어왔다.

“무슨일이오?”

“군주의 회의 소집이십니다!”


***

정적이 흐르는 지휘통제실. 모두가 눈치만 보고있고 말을 꺼내는 자가 없다. 숨소리 마저 너무 크게 들려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고스트라이더는 폐활량이 딸리는지 곧 숨이 넘어가기 전 얼굴이었다. 사색이 된 그의 얼굴을 빤히 처다보고 있던 승상 이카르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번 역성에서 우리는 적들의 도적질에 좌절감을 맛보았소.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아들들이 목숨을 바쳐 역성의 잔당들을 토벌하였으나, 순간의 방심으로 정작 성은 적들이 가져가 버려 그들의 희생이 낭비되었소.”

이카르디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지난 전투에서 희생당한 그의 사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슬퍼하거나 상심할 여유가 없소. 우리의 전력이 강한 것은 맞으나,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전세가 바뀐다는 것을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실 것이외다.”

이카르디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이튿날 새벽 상락을 기습하겠소.”

순간 지통실에 지독한 긴장감과 정적이 흘렀다. 지펴놓은 모닥불의 장작 타는 소리는 벼락소리 만큼이나 커졌다. 이글거리는 불빛에 장군들의 얼굴 윤곽을 따라 그림자가 짙어졌다. 그 그림자에 가려진 그들의 눈에는 각자의 투지와, 분노와, 두려움이 맺혔다.

“두려운가.”

군주 운유는 그림자를 찢고 앞으로 한발짝 걸어 나오며 입을 열었다. 모닥불의 황금색 온기가 그를 감쌌다.

“무뽑 황장 개꿀….”

고스트라이더가 조용히 혼잣말을 지껄였다. 운유는 못들은 척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두려운 게 없다. 이미 최강의 군사력을 가졌고 또 이번에 새로이 견자단을 설치하여 짐승과 같은 전력을 얻게 되었다.”

“크르르….”

보스턴테리어가 이빨을 드러내며 낮게 으르렁거렸고 탁봉 선생이 보스턴테리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재빨리 은유에게 말했다.

“군주 님, 댕댕단….”

“아, 미안…. 어쨌든… 우리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앤드류, 우금, 오배매 그리고 블로썸 장군은 각각 일•이•삼•사군단을 상락 동-서에 배치한다. 앤드류 장군의 일군단은 정면에 배치하고 견, 댕댕단을 최전방에 앞세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댕댕단의 눈빛은 살기로 뒤덮혀 충혈되었다. 그리고 운유는 제갈령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갈령 장군. 공성 특임조를 구성한다. 상락 후방은 민가 밀집지역이다. 상대적으로 주둔군의 저항이 약하고 외벽이 약하다. 그 곳을 파괴하고 성내로 침투해 정문을 개방한다. 그러면 댕댕단의 목줄을 풀 것이다.”


***

회의가 끝난 후, 탁봉 선생은 머리를 식힐 겸 지통실 옆 연못가를 산책했다. 연못은 이미 담배꽁초로 가득해 마치 커다란 재떨이 같았다.

“으휴 하여간 담배피는 새끼들 입에다 꽁초를 쑤셔넣어야 정신을 차리지.”

아직 구석에 혼자 남아 흡연을 하던 고스트라이더는 탁봉 선생의 말을 훔쳐 듣고 후다닥 달아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탁봉 선생은 벤치에 앉아 쉬고있는 청년을 보고 시선을 멈췄다.

“제갈령 장군 피곤할텐데 어서 쉬시죠. 흡연도 안하는 양반이 이런 너구리 굴에서….”

“아, 선생님. 생각이 참 많은 밤입니다.”

“흠? 왜 그러시오. 군주 님의 말씀대로 그 곳은 그리 위험하진 않을 것이오. 혹여 위험하다 해도 제갈령 장군의 무력 또한 출중하지 않소?”

제갈령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며 허리에 찬 자신의 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탁봉 선생님. 그쪽은 민가 밀집지역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라도 죄 없는 백성이 다칠까 두렵습니다.”

탁봉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제갈령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선생님. 정복 전쟁은 꼭 필요한 것입니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일터, 어째서 백성을 지키기 위해 백성을 정복해야 한단 말입니까.”

탁봉은 제갈령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말했다.

“그런 시대지요, 지금은…. 그래도 정복을 통해 우리 백성들이 일굴 수 있는 토지가 늘어나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


퍼어런 새벽. 달빛을 가리는 구름 한 점 없고 차가운 철갑을 두른 사내들의 몸에서 하얀 김이 올라온다.

“컹컹! 크르르르.”

별빛이 눈에 가득 박힌 개들은 엎치락 뒤치락, 목줄은 팽팽하다.

“섬멸을 시작한다.”

군주 운유의 공격 명령과 함께 눈사태가 떨어지듯 대군이 돌격한다.

-우워어어어!!!

그리고 여기 조금은 멀리 떨어진 곳, 제갈령이 서있다.

“주군, 공격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부장 황보숭이 제갈령을 재촉한다. 제갈령은 성벽을 바라보고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결심한듯 외친다.

“그래, 신세계. 신세계 프로젝트! 공격하라, 백성들을 위해!”

황보숭은 신이 나서 투석기의 줄을 감았다.

“발포!”
-펑!

예상한 대로 성벽은 쉽게 무너져내렸다.

“전군 성 안으로 돌격하라!”

먼저 돌격하는 제갈령. 그리고 곧 제갈령을 앞질러 뛰어가는 병사들은 마치 경포대의 파도를 보는 것 같았다.

‘제발 민간인은 없어야 할 텐데…!’

단칼에 주둔군을 한 명 한 명 쳐내면서도 제갈령은 백성 생각 뿐이었다. 피, 바보….

“자, 잠깐! 공격 중지!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이 있다!”

제갈령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나 이미 한창 전쟁은 진행중. 흥분한 병사들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너… 어떻게 여기에…?!”

“형! 갑자기 뭐야, 무서워…. 나 구하러 온 거야?”

수파였다.

“‘제기랄’ 뭐야 너 왜 여기있어!”

눈을 크게 뜨고 수파를 재촉했다.

“겨울방학 기간이라… 친척 집 놀러왔다가…. 그래도 형이 구하러 와줘서 다행이야!”

수파는 팔을 크게 벌리고 제갈령에게 뛰어들었다.

“주군! 위험합니다!”

황보숭이 뛰어드는 수파를 적군으로 오해하고 칼을 내리쳤다.

‘휙, 챙!’
-0.5초만에 황보숭의 칼을 쳐낸 제갈량.

‘퍽’
-칼등으로 황보숭을 기절시켰다.
(이거 진짜 쓰면서 부끄러워 폰 던지고 싶었는데 제 능력이 이거밖에 안됨)

“수파 도망가! 나한테 오면 안 돼!”

제갈령이 다급하게 외쳤다.

“형 왜그래…. 나 무서워….”

걸음을 멈추고 울기 시작하는 수파. 제갈령은 마음이 아팠지만 이 상황에서 자신은 수파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야, 꺼져. 내가 누군데 자꾸 형형 거려 재수없게.”

“형….”

“꺼지라고 꼴 보기 싫으니까. 귀찮다고!”

“형…. 앞으로 영주 님이라고 부를게…. 나한테 이러지 마….”

수파는 주저앉아 주먹만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재수없게 울지 말라고 시벌로마. 꺼지라고!”

제갈령은 주위에 대충 널부러져있는 돌을 주워들고 수파에게 던졌다. 돌은 연약한 아이의 뺨에 너무나 쉽게, 깊게 상처를 냈고 제갈령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나왔다.

“아 수파 미안, 아! 아 시발 좀 꺼지라고!!!!”

“형…. 형 진짜 미워!”

수파는 무너진 성벽을 지나 자욱한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갈령은 혹여 병사들의 발길에 저 작은 아이가 채일까 노심초사했다. 일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제갈령은 자신의 주성에 있었다.

‘형~ 난 형 같이 멋진 사람이 될거야!’
‘형 나 말 태워줘’

“수파….”

제갈령은 어느새 무기를 투구를 벗어놓고 목놓아 울고 있었다.

“우웩!”

갑자기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퍽-!’

제갈령의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깜빡. 깜빡. 깜빡….

“황보숭… 자네를 용서하겠다….”

이 말을 끝으로 제갈령은 정신을 잃었다.


***


머리를 풀어헤치고 칼이 씌워진 제갈령은 포청천 앞에 무릎을 꿇고있다.

“제갈령, 네 죄를 알렸다!?”

포청천은 이마에 달모양 흉터를 반짝거리며 호통을 쳤다.

“포대인, 나는 내 백성을 지킨 것 뿐이오. 더 할 말이 없소.”

“너는 군법을 어겼다. 중요한 임무에서 본분을 잊고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공격이 실패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했다. 이것은 반역으로 취급하여 참형에 처한다. 여봐라! 개작두를 대령하라~!”

“잠깐!”

탁봉 선생이 포청천의 판결을 멈추었다.

“비록 군법이 지엄하나 제갈령은 그간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소. 또한 적군을 도운 것이 아니고 힘 없는 백성을 지키기 위해 잠시 멈칫 한 것 뿐인데 좀도둑에게나 쓰는 개작두라니! 적어도 호랑이 작두는 줘야하지 않겠소!”

‘아 십ㅂ… 결국 죽네.’

제갈령은 쓴 미소를 지었다.

“흠, 탁봉 선생. 당신의 말이 1,2가 있소. 좋소. 여봐라 호랑이 작두를 대령하라~!”

“잠깐!”

“아 또 왜!”


*에필로그


아침 햇살이 창살에 쪼개져 여러갈래로 비춘다. 깔끔하게 마감이 된 나무 탁자에 백자로 만든 찻잔이 올려져있다.

“흠, 오늘도 역시 좋은 찻잎이군.”

탁봉은 한 모금 차를 마시고 마주 앉은 남자에게 묻는다.

“아 그래…. 어디 내가 부탁한 건 알아봤는가?”

“예 어르신! 근데… 이름은 맞는데 어르신께서 찾는 사람이 맞는지…. 미친 사람처럼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이상한 옷을 입고 매일 굿 같은 것을 한다지 뭡니까?”

“아아. 걱정 말게. 그 이름은 흔한 이름은 아니니. 근데 미쳤다고…?”


탁봉은 그 사내가 알려준 길로 말을 타고 달리고 또 달렸다.

“여가 대체 어디여 ㅅ벌… 구라면 그새기 진짜 죽ㅇ… 음?!”

알 수 없는 짐승의 가죽으로 천막을 덮은 막사를 발견했다. 다가갈수록 북소리가 점점 커졌다. 쿵쿵쿵쿵쿵구구궁쿵 쿠궁쿵쿵쿵쿠쿠쿵.
탁봉은 막사 입구에 도착하여 잠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암. 온. 더. 넥스트. 레벨. 예! 절대적 룰을 지켜”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천막을 살짝 걷어보니 길게 머리를 풀어헤친 사내가 요상한 옷을 입고 요상한 각도로 팔을 꺾고 굿을 하는 듯 했다.

‘와 씨. 저 각이 가능해?’

탁봉은 자신의 팔을 꺾어보았지만 저 사내의 각이 나오지 않았다. 탁봉은 그 사내를 조심히 불러보았다.

“나 탁봉일세…. 애수파.”

그 사내는 춤사위를 멈추고 눈을 감은 채 탁봉을 마주했다. 그리고는 살짝 눈을 떴고 알 수 없는 푸른 기운이 서려있었다. 애수파는 탁봉을 노려보며 속삭였다.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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