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잡설

금연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는데

가쓰 2021. 11. 1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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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다. 머리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의지력이 강했다. ‘안 되면 되게’했었다.

  담배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였다. 몇 학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겨울방학 때였다. 처음 피웠을 때 그 어지러움이 좋았다. 그래서 그 어지러움을 느끼기 위해 한 개비를 피우고 한달을 끊고 다시 피우고, 어지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한달 보름을 끊고 피우고, 그런 괴상한 짓을 했었다.

  성인이 된 후엔 겉멋이 들어 폈다. 담배를 피우며 스스로 ‘고독을 즐기는 남자’가 된 것 같았다. 두어달 피우다 재미가 없으면 끊었다. 그때 내게 담배는 커피 같은 기호식품일 뿐이었다. 물론 시간 맞춰 딱딱 흡연 욕구가 올라오고, 끊어야겠다 생각하자마자 피우고 싶어지는 수준이었지만 ‘못 끊겠어…’ 라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마지막 금연은 30대가 되기 전 1년 6개월 정도 끊었을 때다. 이제는 30대 중반이 됐다. 하도 건강에 안 좋다니까, 그리고 슬슬 2세를 준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금연을 결심했지만 이젠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의지력이 부족하다.

  그동안 너무 제멋대로 살았나보다. 돈을 조금 벌고 난 후부터였을까. 생각해보니 근래에 인내심을 발휘한 적이 없다.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사고 싶은 걸 샀다. 배달음식이 많이 늘었고 술도 많이 늘었다. 이제 더 이상 돈이 모이질 않는다. 일 핑계로 운동도 안 한다. 절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던 뱃살이 생기기 시작한다.

  모두 다 의지력이 부족한 탓이겠지….

  해야 할 것을 하지 못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있다. 담배가, 금연 뿐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는 방식을 조금 수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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